샤로텐부르크 1917년 4월 10일


존경하는 선생님,

당신은 저를 불행하게 만드셨습니다.

저는 당신이 쓴 『변신』이라는 책을 사서 제 사촌 여동생에게 선물했어요.

그러나 그녀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몰랐어요.

그래서 제 사촌 여동생은 그 책을 그녀의 어머니에게 주었는데, 그녀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어요.

그녀의 어머니는 제 다른 사촌 여동생들에게 그 책을 주었고, 그들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그래서 그들이 결국 제게 편지를 보낸 거예요. 그들에게 이 이야기를 설명해줘야만 해요. 저는 이 집의 유일한 박사거든요. 하지만 도무지 어째야 좋을지 모르겠더군요.

선생님, 저는 몇 달 내내 참호에서 러시아군과 싸우면서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사촌 여동생들에 대한 제 명성에 금이 간다면, 견디기 힘들 것 같습니다.

당신만이 저를 도울 수 있어요. 꼭 도와주셔야 합니다. 왜냐하면 저를 곤경에 빠뜨리신 건 당신이니까요. 그러니 제 사촌 여동생이 『변신』을 읽으면서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제게 말씀해주세요.


존경의 마음을 표하며

Dr. 지크프리트 볼프


지크프리트 볼프의 편지 원본


*


카프카가 남긴 유명한 문장 하나가 떠오릅니다.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여야 한다."

1904년, 스물한 살의 카프카가 오스카 폴락이라는 친구에게 쓴 편지에 나오는 말이지요.

자신의 말을 지키기라도 하듯, 훗날 카프카는 도끼 같은 무시무시한 책들을 써냈습니다.

그의 작품을 읽다가 짜증이 나거나 좌절감이 느껴진다면, 성급하게 책장을 덮는 대신 이 문장을 떠올려보면 좋겠습니다.


출간을 앞두고 있는 『어쩌면 이것이 카프카』의 서문에서 저자 라이너 슈타흐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독자를 순진하게 여기는 작가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카프카는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지언정 순진하게 여긴 작가가 아니었습니다.

그의 작품 하나하나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기 위한 집요한 시도였지요.


위에서 소개한 편지는 카프카를 잘 아는 친구나 동료의 짓궂은 장난으로 추정되곤 했습니다.

편지의 내용을 보면 그것은 충분히 납득할 만한 추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카프카에게 편지를 보낸 지크프리트 볼프는 실존했던 인물로 밝혀집니다.

그는 유력 신문의 편집자였고, 실제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러시아 전선에 투입된 적이 있었습니다.

사촌 여동생들에게 망신을 당할까봐 안절부절못하는 그의 절박함과 간절함 또한 일종의 문학성을 획득한 것처럼 보이는군요.





그나저나 궁금하지 않으세요?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벌레로 변해버린 잠자의 이야기를 설명해달라는 독자에게 카프카는 과연 뭐라고 답장을 했을까요?

여러분이 어떻게 상상하실지 그것도 정말 궁금하네요.

그럼 또 만나요!


『변신』 초판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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