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것이 카프카

99가지 습득물

Ist das Kafka? 99 Fundstücke


라이너 슈타흐 지음 | 정항균 옮김

135*210 | 반양장 | 424쪽 | 2017년 4월 1일 발행 | 값 18,000원

ISBN 979-11-957725-0-6 03850


프란츠 카프카는 세계문학의 미궁이자 도달할 수 없는 성채였다. 그의 문학 안에 있는 독자는 밖으로 빠져나올 수 없었고, 밖에 있는 독자는 가까이 접근할 수 없었다.

라이너 슈타흐의 『어쩌면 이것이 카프카』는 가장 친절하면서 가장 확실한 카프카 문학의 지도이자 가이드다. 어쩌면 이제 비로소 우리는 카프카를 다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_로쟈(이현우, 서평가)



카프카 다시 읽기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불리며 전 세계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프란츠 카프카.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고, 무겁고 어두운 그의 작품에 독자들이 지속적으로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작품에는 어떤 비밀이 담겨 있을까? 가까웠던 친구 막스 브로트가 자신의 모든 글을 태워달라는 카프카의 유언을 어김으로써 세상에 남은 그의 작품들은 후대 작가들에게는 특별한 영감의 원천으로, 연구자들에게는 끊임없는 분석과 해석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소설뿐만 아니라 일기와 편지, 메모 등 그가 남긴 모든 텍스트가 연구 자료다. 아직 발굴되지 않았거나 공개되지 않은 카프카의 유고(遺稿)와 관련 자료가 세계 곳곳의 도서관과 문서보관소에 흩어져 있다. 그는 여전히 비밀에 둘러싸인 작가다. ‘kafkaesk’(카프카적인, 수수께끼 같은)라는 조어(造語)가 이런 카프카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 『어쩌면 이것이 카프카―99가지 습득물』은 카프카를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비밀을 한두 꺼풀 벗겨낸다. 그럼으로써 그를 둘러싼 오해와 고정관념을 극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카프카가 현재 우리에게도 여전히 문제적인 이유, 세대를 막론하고 수많은 독자들이 그의 작품을 탐독하는 이유를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카프카의 문학을 하나의 거대한 벽으로 느꼈던 독자들에게 유용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도서관과 문서보관소에서 찾아낸 카프카


이 책의 저자 라이너 슈타흐는 2002년, 2008년, 2014년 세 차례에 걸쳐 카프카 전기 3부작을 펴낸 카프카 연구의 권위자다. 각각 『결정의 시절』, 『통찰의 시절』, 『초년 시절』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방대한 전기는 독일은 물론 영미 언론의 극찬을 받았으며 카프카 전기의 결정판으로 자리를 잡았다. 『어쩌면 이것이 카프카―99가지 습득물』은 그가 전기 집필을 위해 체코, 독일, 이스라엘의 도서관과 문서보관소 등에서 조사하고 발굴한 자료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기본이 되는 ‘습득물’은 카프카의 일기와 그가 가족, 친구, 애인 등에게 보낸 방대한 양의 편지다. 이 책에서는 그중에서도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주목할 만한 것들을 소개한다. 편지와 일기 이외의 새로운 자료 또한 상당수 공개한다. 노트에 남아 있는 미완성 텍스트, 사진, 엽서, 공문서, 당대인의 증언 등을 통해 카프카의 인간상(人間像)이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99가지 습득물 혹은 99가지 카프카


카프카와 관련된 ‘99가지 습득물’은 평범해 보이는 것부터 지극히 개인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하며 문학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대학입학자격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독일어 과목에서도 보통 이하의 성적밖에 거두지 못한 문호(文豪) 카프카는 상상하기 쉽지 않다(습득물 2, 3번). 카프카가 현대 의학을 불신하고 맨손체조와 자연요법을 신봉했다는 사실 또한 생소할 것이다(습득물 6, 27, 28번). 그가 사창가를 들락거렸다는 것을 알면 충격을 받을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창가에 대한 기록은 그의 일기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그러한 사실을 증명하는 사진도 하나 남아 있다(습득물 20번). 그 유명한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는 책으로 출판된 것 말고 그 전에 몇 장 쓰다 만 초고가 남아 있다(습득물 26번). 평생 지속된 아버지와의 갈등은 카프카의 문학에 남다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카프카의 대표작 중 하나인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의 집 설계도는 카프카가 당시 자신의 집을 작품의 배경으로 삼았음을 보여준다(습득물 36번). 『변신』이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며 해석을 요청한 사촌 여동생 때문에 카프카에게 작품의 의미를 알려달라고 한 독자의 편지도 소개된다(습득물 82번). 처음에 이 편지는 카프카 지인의 장난으로 여겨졌지만 훗날 편지를 쓴 독자가 실존했던 인물임이 밝혀졌다. 카프카가 이 편지에 답장을 썼는지, 썼다면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카프카에 관한 일화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그가 죽기 얼마 전 베를린의 한 공원에서 만난 소녀와 인형의 편지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습득물 70번). 인형을 잃어버리고 벤치에 앉아 울고 있던 소녀를 위로하기 위해 카프카가 3주 동안 인형의 편지를 써서 매일 소녀에게 읽어주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다. 이 일화는 카프카의 마지막 연인으로 알려진 도라 디아만트가 1940년대에 출간한 회고록을 통해 세상에 처음 공개되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카프카는 매우 진지하게, 작품을 창작하듯 그 편지를 썼다고 한다. 카프카의 편지와 소녀를 찾기 위한 다양한 시도는 아쉽게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책에는 국내에 널리 소개되지 않은 카프카의 문학적인 글 또한 여러 편 실려 있다. 대표작 중 하나인 『성』의 초고로 볼 수 있는 미완성 원고(습득물 46번), 카프카 작품의 대표적인 모티프를 엿볼 수 있는 텍스트(습득물 43번), 그 밖의 여러 흥미로운 습작(습득물 29, 45, 54, 61, 74번) 등 카프카 애독자라면 놓칠 수 없는 ‘습득물’들이다. 펠리체 바우어, 율리 보리체크, 밀레나 예젠스카, 도라 디아만트 등 연인들에게 보낸 편지, 친구 막스 브로트에게 남긴 두 편의 유서(습득물 96번), 숨을 거두기 직전 부모에게 쓴 마지막 편지(습득물 97번)도 빼놓을 수 없는 읽을거리다. 카프카와 교류했던 유대인 작가 게오르크 랑거와 카프카의 조카 게르티 헤르만의 회상기(습득물 86, 93번)는 카프카의 인간적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글로서 깊은 감동을 안겨준다. 게르티 헤르만의 회상기에서도 알 수 있듯, 카프카 사후 그와 각별했던 여동생 셋이 모두 나치의 가스실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은 비감을 더한다.



카프카를 읽는 이유


그렇다면 우리가 카프카를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의 작품은 도대체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는가? 끝없이 미로 속을 헤매는 듯한 절망감 속에서도 그의 책을 좀처럼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자는 카프카의 독자층이 줄지 않는 까닭과 카프카의 고유한 작가적 특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카프카에게 열광하며 그의 작품을 읽는 걸 문학이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쾌락으로 여기는 독자층이 있다. 그 독자층은 수십 년이 지나도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그런 독자들은 불가사의한 플롯이나 대단원을 장식하는 파국 때문에 달아나지 않는다. 그들은 그런 플롯이나 결말을 인간의 삶 자체에, 특수하게는 근대의 관료적인 대중사회의 삶에 내재된 불투명성과 제한성의 이미지로 말없이 받아들인다. 우리가 이런 이미지를 그토록 거부할 수 없는 것은,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의 여지가 있는 그 속에 숨겨진 생각이 아니라 그러한 생각의 미학적 형식 때문이다. 즉 그것은 크리스털 같은 언어, 들어본 적 없는 감탄을 자아내는 수많은 은유와 역설, 도발적인 단순함, 꿈의 논리를 다루는 대가적인 솜씨, 운명의 가장 암울한 순간을 비추는, 쏟아지는 섬광 같은 희극적인 요소들이다. 그는 그저 모든 것을 다 성공적으로 해내는 듯 보인다. 그는 태만, 언어적인 장식이나 공허한 효과 따위는 모르는 작가다. 그는 결코 잠들지 않는 작가인 것이다.

_서문에서


『어쩌면 이것이 카프카』는 이러한 작가에 관한 뜻밖의 이야기다. 때로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들 속에서 어쩌면 우리는 진짜 카프카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카프카라는 비밀의 성(城)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독자들에게 특별한 지도가 되어줄 것이다.




차례



서문


특징들

1  불행한 자선가

2  카프카가 대학입학자격시험을 볼 때 속임수를 쓰다

3  아비투어 성적표

4  호텔 카프카

5  위대한 화가

6  카프카가 시스템에 맞춰 체조하다

7  ‘무치’에게 보내는 소포

8  카프카는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9  카프카가 맥주를 마시다

10  카프카가 즐겨 부르던 노래

11  카프카가 발코니에서 침을 뱉다

12  유일한 적

13  카프카의 눈동자는 무슨 색일까?


감정들

14  카프카가 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15  카프카는 엘제 라스커쉴러를 좋아하지 않는다

16  카프카가 격노하다 1

17  카프카가 격노하다 2

18  교수와 그의 살라미 소시지

19  카프카가 내숭을 떤다고?

20  사창가에서

21  연애 행각

22  사장의 딸—악몽

23  아름다운 틸카

24  율리와의 만남

25  카프카가 그림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기다

26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

27  카프카는 의사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28  카프카는 예방접종을 조금도 중요시하지 않았다


읽고 쓰기

29  카프카의 책상

30  첫번째 엽서

31  카프카와 인디언들

32  볼테르처럼 되고 싶었던 카프카

33  카프카는 자신이 쓴 시를 사랑한다

34  비평을 시도하다

35  첫번째 출판사 광고

36  잠자의 집

37  카프카가 잘못 쓰다

38  카프카가 교정쇄를 읽다

39  불필요하게 들어간 쉼표

40  신체를 손상시키는 카프카 낭독회?

41  쓰지 않은 이야기

42  브로스크바 습작

43  임원 집무실 1

44  임원 집무실 2

45  팽이

46  성으로 가는 첫 시도

47  첫번째 번역

48  카프카가 히브리어를 쓰다

49  원본의 취급에 대해서


슬랩스틱

50  요제프 카, 살인 광란자

51  카프카가 회장을 비웃다

52  청중은 달아나고, 카프카는 남다

53  법정에서의 슬랩스틱

54  손들의 싸움

55  궁전 속의 쥐

56  카프카는 쥐를 두려워한다

57  인간과 돼지

58  농부들 사이의 대화

59  카프카를 강물에 내던지려는 시도


환상들

60  어떻게 카프카와 브로트가 백만장자가 될 뻔했는지

61  카프카는 올림픽 우승을 꿈꾼다

62  카프카가 만우절 농담에 속아넘어가다

63  어떻게 카프카가 문학상을 받을 뻔했는지

64  카프카는 팁을 받지 못했다

65  프란츠 외삼촌의 독백

66  카프카가 자동응답기를 발명하다

67  카프카가 서명을 위조하다 1

68  카프카가 서명을 위조하다 2

69  환상적인 객실 청소부

70  대필 작가 카프카

71  주민 여러분께

72  무산 노동자 계급


다른 곳에서

73  카프카는 미국을 잘 알지 못한다

74  파리에서의 교통사고

75  카프카와 브로트가 도박으로 여행 경비를 날리다

76  이 사람이 카프카인가? 1

77  카프카가 지하철을 타다

78  카프카가 회전목마를 타다

79  이 사람이 카프카인가? 2

80  여권 없이 국경을 넘어가다

81  베를린의 도플갱어


비춰진 모습들

82  카프카가 독자로부터 편지를 받다

83  한 장님 작가의 헌사

84  삶의 조언자 카프카

85  악마 카프카

86  카프카에 대한 게오르크 랑거의 회상

87  프라하 장안의 화제였던 카프카

88  카프카 박사에게는 전과가 없다

89  왕국으로부터의 마지막 인사

90  친구들 사이에서의 설문지

91  카를 크라우스는 카프카의 편지를 받고 싶어하지 않았다

92  프랑크와 밀레나

93  프란츠 외삼촌에 대한 회상

94  카프카를 위한 연애시


결말

95  카프카 학급에서의 죽음

96  카프카의 유언

97  마지막 편지

98  비문

99  밀레나의 추도사


인물 설명

연대기

약어

출처와 주해

사진 및 도판 출처

옮긴이의 말



지은이 라이너 슈타흐(Reiner Stach)

독일 작센 주 로흘리츠에서 태어났다. 프랑크푸르트 괴테 대학교 에서 철학, 수학, 문예학을 공부했다. 카프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피셔, 로볼트, 메츨러 출판사 등의 편집자로 일했다. 『결정의 시절Kafka. Die Jahre der Entscheidungen』(2002), 『통찰의 시절Kafka. Die Jahre der Erkenntnis』(2008), 『초년 시절Kafka. Die frühen Jahre』(2014) 등 카프카 전기 3부작을 썼다. 이 전기는 독일과 영미 언론의 호평을 받으며 카프카 전기의 결정판으로 자리매김했다.

www.reinerstach.de


옮긴이 정항균(鄭恒均)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 사학위를, 독일 부퍼탈 대학교에서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 론을 바탕으로 한 폰타네 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19세기 사실주의 문학과 독일 현대소설을 전공했으며, 현재 서 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대화의 개방성–테오도르 폰타네 소설 연구Dialogische Offenheit. Eine Studie zum Erzählwerk Theodor Fontanes』(2001), 『므네모시네의 부활』(2005), 『시시포스와 그의 형제들』(2009), 『“typEmotion”–문자학의 정립을 위하여』(2012), 『메두사의 저주』(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는 『악마의 눈물, 석유의 역사』(공역, 2004), 『커플들, 행인들』(2008)이 있다. 최근의 주요 관심 분야는 독일 팝문 학과 고향이라는 테마다. 현재 폭력에 관한 저서 『〈아비뇽의 처녀들〉 또는 폭력의 두 얼굴』(가제)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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